여행일기/중국

다시 실크로드1-란저우구경도 식후경

張萬玉 2005. 5. 7. 16:34

오전 8시 30분 비행기에 올라 11시 25분에 란저우에 도착했으니 상하이에서 인천 가는 거리의 배 정도 되는가보다. 버스터미널 만한 공항 대합실에는 8절지에 매직으로 여행객 이름 적은 종이를 든 아가씨 넷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워낙 먼 곳일뿐만 아니라 수천킬로미터에 걸친 네 군데 도시를 도는 여정이라 신청자가 많지 않아서 상하이 여러 여행사에서 모아온 참가자들을 현지 여행사에서 하나로 묶어 인솔한단다. 다 모였는지 확인을 하느라고 이름을 부르는데... 가이드들이 영어를 읽을 줄 몰라 여권 이름이 영문으로 되어 있는 외국인들의 이름을 알파벳으로 부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지역 가이드들은 대개 5년제 직업중학교인 여행전문직업학교 출신들이라던데 어째 간단한 영어조차 읽을 줄을 모르는지... (우리 역시 계속 C.H.O.I로 불렸다. ^^)

  

같은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에서 온 참가자들은 약 70명.... 두 개의 버스에 나누어 타고 오늘부터 5박6일간 일정을 같이 하게 된다. 우리 버스에 함께 탄 일행 34명 중 일본인이 두 명, 대만인이 8명, 미국화교가 두 명, 한국인이 두 명.... 외국인이 절반 가량이다. 꽤나 재밌겠다.

 

인원점검이 끝나고 버스는 1시간 정도 떨어진 란저우 시내로 향한다.

2000년 7월에 갔던 실크로드 여정은 서안에서 시작하여 바로 돈황으로 뛰었기 때문에, 이 도시가 궁금한 나는 가이드의 도시안내(거의 강의 수준이다)에 귀를 귀울이며 눈은 열심히 창밖의 풍경을 좇기 시작한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樂氏 아주머니가 이 도시 출신이어서 란저우 얘기를 가끔 귀동냥했던 덕에 내겐 이 도시가 그리 낯설지 않다. 백과(참외의 일종)가 많이 나는 도시... 만 명 이상의 대형 국영기업이 많은 도시... 황토먼지 때문에 문 열어놓고 살기 힘든 도시.... 

 

그때 상상했던 것보다 실제로 보는 란저우의 모습은 훨씬 더 '황토'적이다. 하늘도 물도 땅도 황토색이지만, 도시 분위기나 사람들의 인상조차도 마치 황토먼지와 싸워야 하는 생활만큼이나 팍팍해 보인다.

 

고속도로 양 얖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황토구릉.... 모든 구릉에는 마치 끌로 파낸 것처럼 깊은 주름이 층층이 져 있고, 그 주름 골마다 허리 높이에도 못미치는 작은 나무들이 바삭바삭 말라가는 형상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힘겨운 관개의 현장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없는 벌거숭이 언덕이 더 많아 보인다.

 

산자락에는 곳곳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구릉에 새겨진 주름과 어울려 어찌보면 제법 멋있는 조형물처럼 느껴지는 이 동굴들은 벽돌을 만들려고 채취해둔 황토의 수분증발을 막아줄 모래를 보관해두는 곳이라고 한다. 혹은 농사짓는 사람들의 임시거주지나 농기구 보관소로 이용되기도 한단다.  

 

<란저우市 簡介>

蘭州(란저우)는 중국 서북쪽 甘肅省(깐수성)의 성도(省都). 

중국문명을 태동시킨 고대 황하문명의 발상지요, 중국에서 서역으로 가는 이른바 '실크로드'가 황하를 건너는 지점이었기 때문에 예로부터 교통의 요충지이자 군사, 상업도시로 발달해왔다.

현재도 란신(蘭新 : 란저우-신쟝), 란칭(蘭靑 : 란저우-칭하이), 바오란(包蘭 : 바오터우-란저우) 등의 철도를 비롯하여 내몽골, 닝샤, 신쟝, 칭하이, 티베트 및 중국 동부 연안을 연결하는 도로들이 집중되어 있는 교통의 중심도시이자 석유, 화학, 금속, 기계 등 중공업이 발달한 내륙공업기지이기도 하다.

 

란저우시의 해발고도는 1518 미터. 西高東低 중국의 지형 중 가장 높은 2000미터급 靑藏高原(티벳 일대)을 잇는 1000미터급 황토고원에 위치해 있으며, 그 중심에는 청해성에서 발원한 황하가 흐른다. 동서로 흐르는 황하의 양안을 따라 시내가 형성되어 있는데, 란저우시의 볼거리는 '와이탄'이라 불리는 이 황하 양안에 집중되어 있어 한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다.  

 

1600평방미터에 인구는 300만. 비교적 널널한 땅이지만 주거지는 란저우시 중심에 집중되어 있어 인구밀도가 높은 편이다. 연강수량 300여밀리미터에 불과한 건조한 기후 때문에 황하강 연안은 일찌기 관개(灌漑)에 의해 경지가 개간되었는데, 수차(水車)를 만들어 관개에 이용했다고 한다. 이 메마른 땅에서는 무엇을 먹고 살까 싶지만, 밀 생산량도 풍부하고 특히 바이과(참외종류)는 생산량도 많고 품질이 좋아 꽈꽈청(瓜果城)이라는 명성을 얻었을 정도라고 한다. 식용 백합(뿌리)과 장미(차)도 특산품이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다 보니 어느새 란저우시로 들어가는 톨게이트다. 톨게이트를 벗어나니 전방 10m 구간에 걸쳐 양고기 전문요리집이 즐비하다.

양고기집을 보더니 모두들 배가 고파지는 모양... 잠깐 세워보자고 탄성을 지르지만 무심한 버스는 내처 시내의 란저우라면집으로 향한다.

 

자... 음식 사진 나갑니다.

어떤여자님이 먹을거리 사진을 많이 찍어오라고 하신 생각이 나서 음식을 보면 젓가락을 들기 전에 일단 카메라부터 들기로 한지라.... 

 

 

 

 


 

음식이 나오기 전에 일단 차부터 한방 찰칵.

보통은 도기찻잔을 주는데 이 식당은 너무 얇아서 뜨거운 차의 열기를 차단할 수 없는 일회용 비닐컵에 따라준다. (위생을 생각한 건가? ^^)  일회용 컵을 위해 고안된 컵받침들의 촌스러운 자태가 하도 귀여워서...

 

 


 

란저우의 명물은 단연코 라면(拉麵) --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수타면이라고 하겠다.

이 지역의 주작물이 밀이기 때문에 주식도 당연히 밥이 아닌 국수나 꽃빵(花捲)이다. 밥을 먹으면 먹은 것 같지 않다고 할 정도로 麵食은 이곳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이다. 쫄깃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란저우라면의 명성도 다 이런 배경 속에서 나온 것이다.

란저우라면의 맛의 비밀은 효모반죽과 면발 뽑는 기술에 있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오면 조리사가 나와 손님들 앞에서 면발을 뽑는 시범을 직접 보여준다. 

면발 굵기에 따라 네 가지 면으로 구분되는데, '탁! 탁! 탁!' 세 번을 치면 나오는 폭 3센티 정도의 가죽띠(皮帶)면, 세 번을 더 치면 나오는 삼각면(이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겠는데 한 변이 5밀리 정도 되는 삼각기둥 모양의 국수다), 세 번을 더 치면 부추 정도 굵기의 부추면, 마지막으로 몇번 더 치면 수염처럼 가는 수염면이 줄줄 뽑혀나온다. 얼마나 쫄깃한지 잘 끊어지지 않아서 이 국수를 덜어먹을 때는 젓가락으로 집어들고 일어서야 할 정도다. 

 

손님들의 주문에 따라 뽑힌 다양한 굵기의 면발은 맑은 쇠고기국물에 말아 마늘잎과 향채, 고추기름 종류의 다대기와 함께 서빙되는 란저우 뉴러우미엔(牛肉麵)이 되거나, 차게 식혀서 토마토, 양파, 피망 등 야채와 토마토소스 등에 비벼먹는 량빤미엔(비빔국수)이 되거나, 다른 야채들과 함께 볶은 볶음국수 등으로  변신을 한다.    

 

 

 


 

국수 한 그릇에 한 가닥이 담기는 피다이(皮帶)면.

 

 


 

부추 굵기의 면을 쇠고기 국물에 만 뉴러우미엔

 


 

야채와 함께 간장에 볶은 삼각면

 


 

곁들여 나온 반찬인 양고기 편육.


 


 

당근채볶음과 양 간 볶음

 



 약재로도 쓰이는 백함꽃의 뿌리는 훌륭한 음식재료다. 백합과 당근 볶음

 



물고기가 귀한 동네라 말린 생선조림이 올라왔다. 물론 민물생선이다.

 


 

탕수육인데 무슨 고기를 재료로 썼는지 끝내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 

 


 

후식으로 나온 팥죽.. 무지하게 달았다. 동글동글한 것은 팥이 아니고 대추.

 


 

한쪽 구석에서 라면 한그릇으로 후다닥 점심을 때우는 가이드 아가씨들. 가까이 보이는 아가씨가

마이크 한번 잡았다가 멘트 까먹고 얼굴이 빨개졌던 실습 가이드.

 


 

점심식사를 했던 식당. 창문에 쓴 빨간 글씨 중 淸眞菜라는 글씨는 이슬람교를 믿는 회족들의 요리를 말하는데, 돼지고기를 쓰지 않으며 찌거나 굽는 등 기름을 덜 쓰는 것이 특징이다. 회족들이 많이 사는 이 지역에서는 대다수 음식점들이 '청진요리'를 하고 있다.

 

점심식사를 마친 우리는 누런 물결 굽이치는 황하를 보러갔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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