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가상오사카 견문록 6 - 교토의 하루

張萬玉 2005. 11. 13. 17:45

도시 자체가 문화재라는 일본역사 천년의 古都 교토.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에 비길 만한 도시다. 서기 794년부터 1868년까지 10세기에 걸쳐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정권을 잡아 수도를 도쿄로 옮길 때까지 화려한 문화를 꽃피우며 2000여 개에 달하는 절과 신사, 옛궁성과 정원을 남겼다. 교토를 제대로 보려면 2박 3일 정도 잡아야 한다고도 하지만 어차피 주마간산 이름난 곳만 휙 둘러볼 수밖에....

암만해도 금각사는 생략해야 할 것 같다. 근사하다고는 하지만 가까이 접근할 수도 없고 길도 먼 데다 그쪽 지역에는 금각사 딱 하나밖에 볼 게 없다고 하니... 다녀와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을 구해 읽고(절판되어 서점에 없더군) 사진으로 감상하기로 한다.

 

아침 7시에 숙소를 나와 편의점에서 빵과 우유로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닛뽄바시 역에서 시카이스 지선을 타고 기타하마 역에서 케이한 전철을 바꿔탄 뒤 七條(시치조) 역에서 내린다. 우메다역에서 한큐전철을 타고 가와라마치 역에서 내리라는 정보가 있었지만 시치조 역이 신칸센 교토 역과 더 가까운 것 같아서.... 교토 역은 일부러라도 한번 가볼 만하다지.  

 

10분쯤 걸어가니 과연 대단한 교토역이 나타난다. 거대한 유리벽이 3층높이의 천장까지 이어졌고 거기까지 이어진 171단의 대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천장에 길게 이어진 공중도로.... 옛도시에 어울리는 소박한 驛舍일꺼라는 예상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백화점, 호텔, 극장도 함께 있고 '테즈카오사무(만화 아톰의 작가) 월드'도 있다. 

 

역사 건너편에 교토의 상징인 교토 타워가 있지만 시간이 없으니 바로 교토 지하철 토자이 선에 올라타고 二條城(니조조)로 향한다. 

역에서 내리니 바로 이조성이다. 이 성은 도요토미 히데요리(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와의 전투에서 이기고 교토로 입성할 때 짓기 시작하여 3대 장군 때 완성했다고 한다. 세계문화유산이자 국보급인 御展과 정원을 자랑하고 있다. 외관도 웅장하고 내부도 화려하고... 특히 벽에 그려진 그림들이 꽤 볼 만하다.

 

다시 교토역으로 돌아와 204번 버스를 타고 긴가쿠지 도오리에 하차하니 벌써 10시 반.

銀閣寺(긴가쿠지, 킨가쿠지-金閣寺-와 이름이 비슷한데 영어로 표기할 때 g와 k의 차이)로 들어가는 길은 수로를 따라 걷는 아름다운 산책로다. 철학자 니시타 키타로가 사색하며 걷던 길이라 하여 '철학자의 길'이라는 명칭을 얻었다는데 과연 그 이름에 걸맞게, 정말 저절로 사색에 잠기게 할 만큼 적막하고 아름답다. 봄에는 매화와 벚꽃이 피겠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단풍길이다.

은각사는 니조조와는 다른 차분한 분위기... 매우 잘 정돈된 일본적인 아름다움이랄까. 

흰 모래와 돌, 우거진 정원이 인상적인 남선사까지 돌고 다시 교토로 나온다. 길을 따라 걸으면 청수사가 나온다지만 여섯시간 걸린다니.... 아무리 걷기가 좋아도 참아야지.

유부초밥 하나 사들고 청수사행 100번 버스에 오른다. 

 

淸水寺(키요미즈데라)에 도착하여 깜짝 놀랐다. 너무 많은 인파.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한국어... 아마 청수사가 외국인데게 가장 잘 알려진 관광코스인가보다.

사진에서 보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큰 절이다. 산 속에 있어 일단 입지가 훌륭하다.

본당은 특이하게도 벼랑 위에 세워져 있고 그 옆으로 맑은 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린다. 무병장수한다니 나도 한모금.

본당은 못을 하나도 안 쓰고 나무를 끼워맞춰서만 지었다고 한다. 생나무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는 기품있는 자태.... 우리나라 고찰과 웬지 느낌이 비슷하다. 

 

청수사를 나와 내려가는 길은 일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멋진 길이다. 길 양쪽으로 기념품가게들이 늘어서 있지만 시장통 같은 분위기가 잔잔한 즐거움을 준다. 대도시에서 보기 힘든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기념품들이 괜찮은 가격에 나와 있다. 나도 하나 집어든다. 물론 인형이다. ^^

스모인형과 게이샤 인형... 5000엔 거금이 나갔다.

 

벌써 네 시. 교토를 떠나기엔 좀 아쉬운 시간이라 한 군데 더 들르기로 한다. 전통적으로 게이샤의 마을로 알려진 祈園. 

고조 역에서 타서 산조역에서 내린다. 조금은 쓸쓸한 정서가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 동서로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모토요시초 일대의 찻집은 해질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린다. 쉬지않고 카메라 찰칵, 찰칵...

당고(팥떡)도 하나 사먹고 기모노를 입고 돌아다니는 아가씨들 구경도 하고....기온 거리 끝에 있는 신사(야사까 진자)에 걸린 홍등이 모두 켜지니 오사카를 벗어나 있다는 생각에 슬슬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가까운 곳에 케이한 전철 四條(시조)역이 있지...

 

오사카로 돌아오니 비로소 무릎이 시큰거리고 종아리 땡기는 느낌이 온다. 오늘 최소한 오십리는 걸었을 텐데... 내일 잘 일어나질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