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에 한국에 와서 설치한 인터넷 전용선의 약정한 계약기간 1년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경쟁사 대리점(?)의 한 아가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금 사용하시는 전용선의 계약기간이 다 되어가지 않느냐, 이제 모모회사 것으로 바꿔보시란다.(그걸 우째 알았지? 요즘 세상 정보 사고팔기 참 쉽게도 한다)
요즘 아이들처럼 무얼 살 때 꼼꼼하게 따지고 비교하는 부지런함도 능력도 모자라는 이 아지매, 우선 팔러 온 사람이 임자라고... 내용을 들어보니 괜찮은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두 달 후에 이사를 할 텐데 문제가 없겠느냐고 하니까(하긴 한 달 후면 쓰던 전용선도 계약이 끝나니 이사갈 때까지 한 달여 남은 기간 동안 무얼 사용해도 사용해야 되는 사정이긴 하다) 이사가는 동네가 어딘지 묻고 잠깐 확인을 하더니 그 동네에도 그 선이 들어가니 문제 없다고 한다. 이전하게 되면 내야 하는 이전비용도 물어주겠다고 하고.... 그래서 인터넷 전용선보다 빠르다는 모모사의 제품을 설치했던 것이었다. 달라지도 않은 사은품까지 갖다 앵기니 주는 데 받았지 뭐.
문제는 이사 직후 발생했다.
이전해달라고 고객센터에 전화하니 이게 무슨 소린가. 우리 아파트 단지에 그 망이 깔리는 건 맞는데 문제는 언제 연결해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네(무슨 기계가 아직 안 들어왔다나...) 몇 달 기다려줄 수 있느냐는데.... 지금 장난하세요?
새로 입주한 아파트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벨을 울려대는 인터넷 영업사원들의 끈질긴 유혹(위약금 물어줄 테니 해지하고 가입해라, 유선방송 혹은 집 전화와 함께 사용하면 편리하고도 저렴하다.. 등등)에도 불구하고 굳굳이 의리를 지키던 이 고지식한 아줌마도 어쩔 수 없다. 몇 주 후라고 못을 박는다 해도 기다릴까 말까 한데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간을 어떻게 기다린단 말이냐.
나는 쇼핑몰(사실은 블러그지... ㅎㅎ)을 운영하는 사람이니 하루도 인터넷이 없으면 안 된다고 죽는 소리를 했더니 그럼 빨리 전입신고를 하고 주민등록등본을 fax로 보내주면 위약금 없이 해지를 해주겠단다. 심란한 이사 다음날 열일 제쳐놓고 그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결국 그 선을 해지시켰다.
그런데 며칠 전에 전화가 왔다.
전에 내게 그 선을 팔았던 대리점 아가씨다. 이런 사정을 최근에 알게 되었던 모양이다.
왜 전화 한 통도 안 해줬냐, 우리 메가패스도 취급하는데... 하며 섭섭한 목소리를 낸다.(시화부터 여기까지 오시려고? 우리 아파트 문만 나가면 경쟁사 직원들이 우르르 에워싸면서 콩고물을 뿌려대는 거 알기나 하시는지?) 그러더니 이전비용과 사은품을 돌려줘야 하는데 아마도 사은품은 사용했을 테니... 어쩌고 그런다(돈으로 물어내란 얘기겠지). 마침 새로 장만한 가전제품 덕에 딸려온 똑같은 사은품이 있기에 자신만만하게 얘기했다. '보내준 사은품은 사용을 했지만 마침 똑같은 회사 제품의 똑같은 모델 포장도 안 뜯은 게 있으니 그걸 가져가시면 되겠다...이전비용은 바로 송금해주겠다'
그리고 조금 아까 일이다.
저녁 9시가 되어가는 늦은 시간에 택배 아저씨가 왔길래 사은품을 가지고 나가니 택배비를 달라고 한다. 돈이야 얼마 안 되지만 갑자기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길래 "너무하시네요. 이건 제가 위약을 한 게 아니고 그쪽에서 위약을 한 거니까 솔직이 이 사은품 안 돌려줘도 되는 건데.... 이 택배 비용까지 제가 물어야 합니까?" 하고 따졌더니 "나는 택배회사라 그런 거 모르니까 문제가 있으면 전화 해보세요." 한다. 택배비 줄 땐 주더라도 항의는 한마디 해야겠다 싶어 전화기를 가지러 들어간 사이에....
에구, 이 아저씨 벌써 사라져버렸다.
이 밤에 여기까지 걸음을 했는데 그새를 못참고 가버리다니....
아저씨, 돌아가면서 그 아지매 더럽게 치사하고 못됐다고 욕하겠지? 눈에 선하다.
그깟 몇천원 줘버리면 그만인 것을 까탈스럽게 굴었구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오기가 생긴다.
누가 위약을 한 건데.... 사은품도 안 돌려줄까보다...
그따위 위약 조항은 도대체 어쩌다 상식이 되어버린 거지?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려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고객님, 고객님 하며 매일 치열한 전투를 치러야 하는 영업사원들 생각하면 내가 너무 빡빡하게 구는 거 아닌가?
혹시 내가 요즘 한국사회의 상거래 상식을 잘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
찝찝하다.
어쨌거나 아쉬우면 다시 오겠지?
그나저나 오늘 밤 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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