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기 전에.....
티티카카 호수는 안데스 산맥 해발 3,812m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다. 서쪽 湖岸으로는 페루, 동쪽 湖岸으로는 볼리비아와 접하고 있는, 총 면적 8,300제곱킬로미터의 담수호로서 남미에서 가장 큰 규모다.
잉카 전설에 의하면 태양의 아들인 망코 카팍이 그의 누이(겸 아내)와 함께 이 호수에서 태어나 잉카제국을 열었다고 한다. 이후 태양의 신이 준 황금지팡이의 인도를 받아 쿠스코를 도읍지로 정하면서 잉카제국의 중심이 그곳으로 옮겨지긴 했지만, 우리의 백두산 천지처럼 건국설화를 품고 있는 티티카카 호수야말로 잉카 후손들의 마음 속에 깊이 자리한 민족의 성지 같은 곳이다.
그런데 잉카제국이 세워지기 훨씬 전부터(기원 전 600년 경) 이 지역에는 Pre-Inca 문명 중 하나인 티아우아나코 문명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 시대의 역사는 수수께끼 같은 유적들과 (티티카카 호수 볼리비아 쪽 영역에 있는 '태양의 섬' 유적 등등) 수수께끼 같은 전설들을 통해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그레이엄 헨콕의 흥미로운 저작 '신들의 지문'을 보면 대홍수와 빙하로 인해 하루아침에 사라진, 잉카문명 이전에 존재했던 고도의 문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찌감치 배낭 챙겨 맡겨두고 (아만타니 섬에서 1박을 하므로) 투어버스에 올랐다. 아침 8시.
10분도 안 갔는데 선착장에 도착했다고 내리란다. 걸어서도 갈 만한 거리를 버스로 모시는 거 보니 동네 물정 모르는 관광객 대접 제대로 받는군..
유람선이 어찌나 많은지.... 비수기라 절반 정도가 서 있지만 성수기에는 거의 다 가동된다고 한다.
호변 쪽은 물이 맑지 않고 부유물이 잔뜩 끼어 있었다.
보트를 운전하는 이는 여자였다. 처녀뱃사공? ^^
아만따니 섬 사람인가보다. 머리에 동그란 중절모를 쓰지 않고 검은 천 쓴 걸 보니...
보트는 무성한 갈대숲 사이를 헤치며 물살을 가른다.
우리 팀은 유쾌한 이스라엘 애들 7명과 역시 이스라엘인이지만 개별로 여행하다 만나 연인이 되었다는 커플, 내 또래의 호주 커플, 그리고 영국, 독일, 미국, 네덜란드 아가씨들 각 한 명씩, 나까지 포함해서 16명이다. 투어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스라엘 팀과 개별부대, 두 팀으로 나뉘었는데 이스라엘 팀은 보트 안에서 놀고 우리 개별부대 팀은 전망 좋은 보트의 꼭대기층을 전세 냈다.
왼쪽에 앉은 주디와 탐 커플은 둘 다 돌싱인데 (여기서 잠깐! 나 중학교 다닐 때 검인정 교과서를 쓰고 있었는데 어느 학교인가에서 쓰던 영어교과서는 제목이 "Tom & Judy"였다. Gateway라는 책도 있었고.... 우리는 Companion이라는 책으로 배웠다. 갑자기 생각난 김에 쓸데없는 기억력 자랑, ㅋㅋㅋ) 수년 전에 여행길에서 만나 친구처럼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하여 1년 전부터 함께 살고 있단다. 지금은 원월드 티켓으로 오래 전부터 꿈꾸어오던 세계일주 여행중이다. 이제 칠레를 거쳐 페루로 왔으니 내년 3월말쯤에나 호주로 돌아가겠구나. 주디는 나보다 한 살 아래고 탐은 세 살 아래인데 같이 늙어가는(그러면서도 안 늙은 척 발버둥치는) 처지라 그런지 얘기가 잘 통했다.
왼쪽에 앉은 헤더는 한국에서 4년 동안 미군부대 내 유치원 교사로 일했던 친한파. 입만 열면 떡볶이, 김밥, 순대 얘기에 찜질방 광팬이고 한국말도 조금 한다. 경주에 놀러갔던 얘기랑 보령 머드축제 갔던 얘기를 어찌나 재미있게 하는지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말하게 할 정도였다.
옆에 앉은 영국애는 엄마가 일본인이라 그런지 태도나 행동에서 상당히 동양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웃기만 하고 말수가 적어서 얌전한 줄 알았더니 그날 밤 아만따니 섬에서 열린 파티에서 댄싱 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데..... ^^
사진에 안 나온 두 사람은 혼자 놀기 좋아하는 네덜란드 여행 베테랑 에바, 영어가 딸린다고 얘기에 잘 안 끼지만 (걔보다 못하면서도 좌중을 휘어잡는 나의 뻔뻔함과 좋은 대조를 이룸) 시종일관 즐거운 미소를 짓던 독일 소녀(열아홉 살이니까 소녀라고 불러도 되겠지?) .
강렬하고 따가운 햇살이 오히려 포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해발 4000미터 호수에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호수마을(이 주장은 우로스 섬의 전설 속에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티티카카 호수에 대한 전설과 비밀을 파헤치려는 사람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1965년과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비행접시가 이 호수 속에 자취를 감췄다고 큰 소동이 나 페루 해군이 조사에 착수한 일도 있었고, 수년 전에는 아르헨티나의 한 단체가 이 호수를 조사하다가 호수 바닥에서 돌을 깐 도로와 2백 미터에 걸친 석벽을 발견했다 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단다. 이 일이 매스컴에 보도되자 고고학계에서는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어 이 호수에 대한 탐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호수의 밑바닥 어딘가에는 엄청난 양의 황금이 가라앉아 있다는 소문.
잉카의 마지막 황제 아타왈파가 스페인군에 잡혀 있을 때 그의 몸값으로 제국 전역에서 엄청난 양의 황금을 거두어들였는데, 황금을 싣고 오던 사람들이 도중에 황제가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스페인군에게 황금을 넘겨주지 않으려고 호수에 수장시켜버렸다는 것이다. 전설인지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이런 소문에 대해 많은 고고학자와 탐험가들이 그 행운을 잡으려고 아직도 노력하고 있단다.
드디어 '떠 있는 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여 와요, 어여 와~!!
손님 맞을 준비로 부산한 아주머니들.
칼라풀한 복장과 함께 갈래머리 끝에 매달린 대형방울이 눈길을 끈다.
얘기는 무수히 들었지만 막상 푹신푹신한 섬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어찌나 신기한지 어이가 다 없다.
우로스 섬의 개황과 역사에 대해 강의 중....
잉카제국의 공격을 받기 전 남페루 고원 일대에는 꼬야족과 우로스족이 함께 살았다. 난폭한 꼬야족은 종종 우로스족을 공격하여 식량을 빼앗고 노예로 삼았는데 이러한 침략행위를 피하려던 소수의 우로스족이 티티카카 호수로 숨어들었다. 그러나 살 곳을 마땅히 찾지 못한 그들은 호수 주변의 갈대를 엮어 배를 만들고 그 배에서 생활하며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가게 된다. 언젠가는 육지로 돌아가리라는 꿈을 꾸며.... 그러나 점점 인구가 늘어나 배에서의 공동생활이 어려워졌고 그들은 배를 만들었던 갈대를 엮어 인공섬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꼬야족보다 더 강한 잉카족이 꼬야족을 점령하고 그 잉카족마저 스페인에게 침략당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자 그들은 육지로 돌아갈 생각을 아예 포기하고 티티카카 호수에 눌러앉게 되었다고 한다.
이어 원주민 아저씨가 나와 토지 얻는 법을 알려준다.
돈은 필요없고 부지런하기만 하면 되는 모양이니 땅 없고 집 없는 사람들은 귀 기울이시라.
말이 섬이지 몇 주면 썩어서 꺼져버리는 섬... 이 섬에서 살아남으려면 몇 주에 한번씩 영토를 개간해야 한다. 토지의 기초가 저리도 연약한 잔뿌리에 불과하니 태풍이라도 오면 섬들이 다 떠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에 외국 나갈 일 없는 이 섬 사람들에게도 볼리비아 비자가 필요하다고 가이드가 농담을 한다.
티티카카 호수에 떠 있는 섬은 30개 정도인데 20개 정도의 섬들이 관광객에게 개방되고 있다고 한다.
떠있는 섬에 살고 있는 우로스족은 약 3백50여 명. 이들은 호수에서 송어를 잡아 푸노 시내에 내다팔고 갈대 뿌리를 썩혀 얻은 토양에 감자 농사를 지어 먹고 산다. 갈대를 이용한 수공예품 판매도 생계유지에 적잖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우로스섬 여인들이 쓴 저 모자와 푸짐한 몸매는 고귀한 신분의 상징.....
그래서 우로스의 여인네들은 가능하면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살찌려고 노력한단다.
뭐 찾으세요?
우리네 새끼 꼴 때와 아주 비슷한 자세.
작은 섬이지만 가축도 키우고...
프로판 개스 놓고 태양열 발전으로 전기를 끌어 식당도 하고
호텔도 운영하고
호스텔도 운영한다. ^^
여기는 섬 내의 간선도로 (이 와중에 꽃도 가꾸네...)
마을 뒷편으로 돌아가 봤더니... ㅜ.ㅜ
분명히 쉽지 않은 생활이다.
살짝 들여다본 남의 집 안방.
'아루바'라고 불리는 특이한 모양의 배.... 관광용이다.
이스라엘 7인조의 강력한 선동으로 우리도 '아루바'에 올랐다.
와~ 솜씨도 좋지... (육지에서 더 좋은 건축재를 가지고 왜 저런 생생한 디자인을 안 하나 몰라.)
아주머니, 시장 가세요?
여기가 학교란다. 우로스 아이들은 여기서 무슨 꿈을 키울까? 육지로 나가는 꿈?
다시 타고왔던 보트로 갈아타고 우리는 이제 아만타니 섬으로 간다.
하늘과 구름과 바람과 호수가 따분해지면 또 할일이 있지. 수다 혹은 낮잠.. ^^
배 꼭대기에 열 명 이상 못 올라가게 되어 있다지만 이스라엘 7인조가 쳐들어왔다. 개별팀의 수다가 만만찮게 시끄러운데도 이스라엘 팀은 태양을 즐기며 단체취침에 들어간다. 승객들이 있어야 할 보트 안은 텅텅 비었다. ㅎㅎ (사진 앞쪽의 경등산화 어때요? ^^ )
아만따니 섬까지는 배로 3시간이나 가야 한다. 바다도 아니고 호수인데....
'여행일기 > 중남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livia1 - La Paz1 (0) | 2008.07.14 |
---|---|
Peru12 - Titicaca Lake2 (0) | 2008.07.09 |
Peru10 - Puno (0) | 2008.07.06 |
Peru9 - Colca Cannyon (0) | 2008.07.04 |
Peru8 - Chivay (0) | 2008.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