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조카가 애지중지 키우는 냥이가 우리집에 왔다.
조카가 놀러오겠다고 전화했을 때, 저녁에 아르바이트 하러 가야 하는 줄 알면서도 내가 그동안 봐줄테니 데려오라고 졸라댄 건
인간이 아닌 생명체가 우리집 거실을 누비고 다닐 장면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강아지 한 마리 입양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늘 집 비울 궁리에 붙잡혀 사는 사람이 언감생심...)
개랑은 1년 정도 사귀어봤지만 고양이랑은 처음이다. 기껏해야 남이 키우는 고양이 쓰다듬어 본 게 전부....
난생 처음... 꽤 오랜 시간을 녀석과 한 공간에 있다 보니 냥이란 녀석이 저런 동물이구나 싶은게.... 말로만 들어왔던 고양이의 특징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더군.
처음 한 시간 동안은 침대 밑으로 들어가 꼼짝도 안 하더니
슬그머니 기어나와 이 방 저 방 베란다 화장실까지 훑고 다니며 새로운 영역을 탐색,
그러다 어느새 쥔과는 상관없이 제 맘에 드는 자리 딱 차고 앉아 꾸벅꾸벅 졸고 앉았다.
사람에게 목을 매는 강쥐와는 정말 다른, 영역동물답게 확실히 독립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보수적이고 예민하고.... 그래서 상대방이 주도하면 절대 응하지 않지만 내버려두면 제 스스로 다가와 부비부비한다.
조카가 알바하러 간 뒤, 낯선 공간에 낯선 사람과 단둘이 남겨지니 사람 안 탄다는 이 동물도 눈에 띄게 까칠해진다.
먼지투성이 구석으로 들어가버려 좀 꺼내보려니까 '하악질'까지 하고....
(녀석아, 우리 그래도 몇 시간 사귄 사이잖아.. 내가 손바닥에 쏟아준 요거트도 할짝거리면서 잘 핥아먹더니 이렇게까지 안면 바꿀 거냐?)
그럼 네 맘대로 하세요.... 그냥 내버려두고 있으면 소리도 없이 기어나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내 발치에서 뒹굴기까지...
사람 성격도 가지가지.
나는 확실히 강아지꽈다.
괭이란 넘 하는 짓을 한나절 지켜보니, 아들녀석이랑 하는 짓이 어쩜 그리도 닮았는지....ㅋㅋ
어쩜 나는 강아지꽈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르는 고양이꽈들의 존재를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뱀발 :
영화를 보고 나온 아줌마에게 제목을 물어보니 한참 더듬다가 '고속터미널?' 그랬단다.
(영화 제목은 '과속스캔들').
예술의 전당' 가려고 택시를 타고는 '전설의 고향'가자고 했다는 아줌마유머 시리즈의 2탄이라고 한다.
배를 잡고 웃었지만 도무지 남의 얘기 같지가 않다.
이게 한동안 밀쳐뒀던 블러그로 다시 돌아오게 한 계기가 되었다면, 이 역시 웃기고 서글픈 유머? ^^
우쨌거나 간만에 블러그를 열어 마지막 포스팅 날짜를 보니 4월 15일, 어느새 한 달도 훨씬 넘겼다.
오랫동안 입을 닫고 살다 보니 '부질없는 수다떨기'조차도 만만치가 않다. 불과 몇 주 안 되는 동안인데도 뭘 하고 살았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고.......
믿거나 말거나, 가끔은 이 수다쟁이도 스스로의 수다에 질릴 때가 있다.
떠드는 나도 지겨울 정도라면 듣는 사람이야 오죽하랴.
수다를 묵혀 시를 쓰고 싶었지만, 묵힌다고 없던 재주가 생기나? 막을 수 없는 신체적 노화와 더불어 사회적 퇴화만을 불러올 뿐이다. ㅎㅎ
그래서.... 포기하고 다시 수다판으로 돌아왔다.
이제 매일 뭐라도 한 마디씩 쓸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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