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두번째지만, '관광지'가 아닌 '나의 여행지'로 느끼게 된 건 처음이다.
추석 낀 주 일주일 내내 강의가 없었던 덕분에 조금은 여유있게 일정을 잡을 수 있었고
남편이 이끄는 대로 헐레벌떡 다녀본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내가 주도적으로 여정을 짤 수 있었으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배낭은 제주생활 십수년째인 친구 집에 내려놓았지만 홀로 바람처럼 다니니라 마음 먹고 운동화끈을 조였다.
그렇게 5박6일......
이제 제주도는 내게 특별한 '그 섬'이 되었다.
# 비자림
비자 열매에서는 민트처럼 강한 향이 난다.
비자 잎을 세게 문질러도 희미하게나마 이 향을 맡을 수 있다.
이 향기 때문인지 비자림을 거닐고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피로가 풀린다.
세상에..... 죽어가는 나무를 살려주는 콘크리트 기브스란다.(왼쪽 검은 부분)
저런 정성들이 숲을 살리는구나... 눈물겹게 감사하다.
영화 아바타라도 찍을 만한 울창하게 엉클어진 숲.
언제 다른 곶자왈(헝클어진 숲)들도 한번 헤쳐나가보고 싶네.
수령이 천 년쯤 되어보이지만 여전히 강건한 비자나무
자잘한 화산송이들이 깔려 있는 붉은 길. 짙은 초록과 어울려 숲을 더 깊이 느끼게 해준다.
활엽수가 많아서 단풍철에 와도 볼만 하겠다.
코스가 조금 짧아 아쉬웠는데......
마지막 날 사려니숲에 갔다가 여기와 연결되는 코스를 발견했다.
가랑비 내리는 날에 가면 더 깊고 향기로운 숲을 맛볼 수 있을 듯.
# 사려니 숲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번영로 노선을 타면 바로 사려니숲 앞에 선다는데 도착하니 막 버스가 떠나버려
성산 가는 5번버스를 타고 교래리 입구에서 내려 10여분쯤 걸었다.
원래 계획은 사려니오름을 거쳐 남원리로 내려오는 15킬로 코스를 걷는 것이었는데
사려니오름이 올해말까지 잠정 폐쇄되었다고 해서 물찻오름까지 갔다가 붉은오름 쪽으로 빠져나왔다.
붉은오름 쪽 출구는 서귀포시 남조로와 연결된다.
교래리 입구에서 들어오는 산책로 1.5킬로, 물찻오름까지 4.5킬로, 붉은오름쪽 출구까지 6킬로 해서 12킬로 정도... 내 체력에 딱 맞춤한 거리였다.
간간이 눈에 띈.... 이건 무슨 열매일까? 아시는 부~~운?
큰 나무 아래 빼곡하게 자리잡은 어린 나무들.
잎사귀로 보면 비자나무 같은데...
조릿대 군락이 곳곳에 넓게 펼쳐져 있다.
어느 대학 학생들이 자체개발한 제품들이라고 조릿대막걸리, 조릿대화장품, 조릿대쿠키, 조릿대 차 등을 홍보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항암효과가 있다고 누군가가 권해준 것 같기도 하다.
여기도 화산송이길.
이 숲도 비올 때 걸으면 좋겠다.
숲이 멋지니 걷는 이들도 멋져보인다.
이게 뭐라더라, 열매가 스님들 머리 조아린 모습 같다고 이름 붙여졌다는 떼죽(중)나무?
설명 봤는데 가물가물.... 열매가 없으니 확인이 불가다.
화산폭발로 생긴 구덩이에 물이 차 있다고 해서 물찻오름이란다. 작은 산굼부리 같으려나?
여기도 올해 말까지 휴식기간이라고 막아놓았다.
붉은오름쪽 출구까지는 아직도 6킬로.
귤 한쪽 씹으며 잠시 휴식.
서귀포쪽 사려니숲은 삼나무 숲이 울창하다.
삼나무 숲에 해가 드니 그림자가 멋지다.
쭉쭉 뻗은 자태에 홀린 나는 찍어봐야 비슷한 사진을 계속 찍어대고... ㅋㅋ
바야흐로 억새가 눈에 들어오는 계절.
억새는 9월에 붉은 색으로 변했다가(나름 꽃이랍니다) 사람처럼 머리가 희어지면서 늙어간다.
떡갈나무 꽃인가?
꽃도 신기하지만 가운데 박힌 검고 단단한 씨앗이 아주 믿음직스럽다.
걸어도 걸어도 질리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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