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코스는 대평포구에서 시작해서 월라봉을 거쳐 화순포구에서 끝나는 산길이다.
걷기에 욕심이 난 나는 인터넷을 뒤지다 발견한 어느 올레꾼의 추천에 따라 가보기로 했다.
8코스의 마지막 구간인 논짓물에서 시작해서 화순포구 거쳐 산방사에 이르는 '트리플 크라운 코스'(그가 명명한)였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욕심이 과했던 듯. ㅎㅎ
논짓물에서 대평포구에 이르는 길은 확 뚫린 해변 전망에도 불구하고, 땡볕 아래 길게 이어지는 시멘트길의 무미건조함을 무마하긴 역부족이었고
월라봉과 안덕계곡을 거치면서 지칠대로 지친 다리는 화순포구 구간부터 차를 세워둔 산방사까지 결국 택시를 타게 만들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올레 9코스를 올레길의 백미로 꼽고 싶다. 산과 계곡, 해변과 마을을 고루 즐길 수 있는......
논짓물에서 대평포구에 이르기까지는 바닷바람에 머리칼 휘날리며 경쾌하게 걸어주면 된다.
삼별초가 몽고군을 막으려고 쌓았다는 환해장성..
장성보다는 돌담이란 이름이 더 어울리는 낮은 담이지만 저 담을 이어쌓는 데도 적잖은 공력이 들었을 테다.
세월과 바람을 못이기고 대부분 무너져버렸네그려.
이런 길은 새벽이나 저녁무렵 아니면 좀 지루하다.
한 시간 가까이 걷다가 오른쪽 언덕 쪽으로 올라갔더니 마을이 나왔다. 난드르 마을(대평리)이다.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다 보니 몇 집 건너 한 집이 게스트하우스나 민박을 하고 있더군.
곰씨비씨, 티벳풍경, 물고기까페 등 인터넷에서 봤던 이름들이 여기저기서 내 발길을 잡아끈다.
대부분 아침 포함 2만원 이내의 저렴한 가격에 깔끔하고 친근한 분위기.
대평리 마을회관 근처에 있는 용왕... 뭐라는 작은 식당에 들어가 보말수제비로 늦은 점심.
다시 올레 코스로 귀환...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재촉한다.
어느 새 오후로 접어들었는데 주 코스인 산길에 들지도 못했으니... ㅡ.,ㅡ
그래도 이 집 저 집 기웃기웃..ㅋ
대평포구 도착.
뒤쪽으로 보이는 수직 절벽이 박수기정이다. 이제 저 절벽 위에 난 길로 걸을 것이다.
말이 다니던 길이란다.
제대로 가고 있나 싶을 만큼 좁고 험한 돌길이다. 올레길 표지가 반갑고 고맙다.
이 삼십 분 정도? 땀 좀 흘리고 나면 이런 전망 좋고 편안한 숲길이 나온다.
소낭은 소나무, 볼레낭은 보리수나무.
오각형 양산을 든 그녀, 참 멋지구리!!
저 멀리 보이는 산방산이 오늘 걷기코스의 종점.
그곳까지 가려면 발 아래로 보이는 안덕계곡을 건너가야 하는데...... 길은 멀고 무릎은 그만 가자고 아우성이다.
여기서 그만둘 방법이 있나. 죽을동 살 동 걷는 수밖에......
결국 월라봉 오르는 걸 포기하고 마을길을 찾아 내려간다.
마을 입구 다리 아래 눈길을 잡아끄는 해식동굴
화순포구로 가는 길.
하산길에서 만난 아이들은 빨리 택시나 버스나 뭐든지 잡아타자고 야단이다. ㅎㅎ
화순포구 해변에서 바라본 산방산.
고지가 바로 저긴데.... 택시를 탔다.
사실 내 야무진 계획의 마무리는 돌아가는 길에 군산 입구까지 차로 올라가 억새능선에 올라 지는 해를 보는 것이지만
능선까지 올라가는 데 40분 걸린다는 말에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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