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정리 해변
고운 바닷물빛이 이국적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는데, 과연 멕시코 동쪽 해변에서 보던 그 화려한 물빛, 그 은모래였다.
월정리에서 김녕에 이르는 길이 올레 20코스라던데 친구가 차로 실어다주는 통에 제대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이 바닷가는 무작정 걷기(더욱이 땡볕 아래서)보다 주저앉아서 노는 편이 더 낫겠다 싶었다.
에구, 잘 좀 찍지. 수평선이 비뚤어졌다. ㅜ.ㅜ
월정리 해변을 찾은 이유 중엔 조카가 추천한 아일랜드 조르바'라는 까페가 있었다. '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관광객들 북적이는 럭셔리한 까페인가 했더니, 배낭여행자들이 죙일 죽치기 좋은 허름하고 독특한 까페였다.
일단 현관 위에 올려놓은 피아노부터 심상찮았고......
인디 냄새 물씬 풍기는 '월정리 블루스 라인업과 시간표' 게시판은 은근히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저게 어느 날 있는(혹은 있었던) 공연인지는......ㅋㅋㅋ
설상가상 까페 쥔장까지 문 잠그고 출타중이시다.
고양이집 속에 새끼 괭이 두 마리가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걸 보니 아예 문을 닫은 건 아닌 것 같아 주변에 물어보니 자주 있는 일이란다.
그래도 커피맛 좋고 분위기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는데......
뭐니뭐니 해도 이 까페의 압권은 바다쪽 담장에 뚫어놓은 창, 혹은 구멍.
에머랄드빛 바다와 아련한 수평선은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표정이 모두 액자 안으로 들어온다.
다 된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는 것도 눈치 없이 안 되는 기술이다. ^^
거기에다 발을 하나 얹어 빛과 그림자의 황홀한 어울림까지 덤으로 끌어들였다.
내가 좋아하는 컨셉, 최소한의 꾸밈으로 최대한 아름다운 여백을 얻는 꾸밈.
까페 조르바는 이거 한 가지로 내게 점수를 크게 땄다. 다음에 제주에 오면 분명 다시 한번 걸음하게 될 거 같다.
아일랜드 조르바와 hi & bye라는 게스트하우스 겸 까페 사이에 새로 자리잡은 이 까페는
원래 유명세를 탔던 두 까페가 문을 닫고 있는 틈새에서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월정리에서 서쪽으로 조금 달리니 해녀촌으로 알려진 해변이 나온다.
회국수로 유명한 이 식당은 싸고 맛있다고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라고 한다.
흠, 푸짐하다...
허나 십여 년 전에 울진의 한 시장골목에서 먹어본 회국수의 기억이 워낙 강렬했기에... 그 기억을 대체하기엔 조금 미흡했다.
면발은 쫄깃한데 회가 2% 적어....,.^^
옆 자리 아저씨들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비벼드신다. ㅋㅋ
# 협재리 해변
제주공항에 내리기 전까지는 친구 집에서 묵을건지 확실히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게스트하우스에 하룻밤 예약을 해두었는데
결국 친구 집에서 묵게 되었지만 한국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에 대한 궁금증도 있고 해서 꾸역꾸역 협재리를 찾아갔을 땐 이미 석양이 기울어
해변은 어둠 속으로 거의 지워지고 있었다.
이튿날 새벽, 게스트하우스 뒤쪽으로 난 좁은 돌담길을 걸어 해변으로 나가보니 날은 흐리고 철 지난 바닷가는 쓸쓸하기만 하다.
물질은 음력 보름 전후로만 한다고 했다.
나뒹구는 그물과 허벅, 식어버린 불턱에서 해녀들의 힘겨운 숨비소리를 떠올려봤다.
제주의 웬만한 해변들은 대개 화려한 물빛 혹은 불빛으로 치장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도두 해변 밤풍경)
협재 해변처럼 애잔하게 가슴으로 스며드는 바닷가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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